주민자치회와 지역의회 "동행의 길로...참여에서 제도로, 새판짜기 필요”
"여가프로그램-취미활동 공간 아냐...현장목소리 대변하는 참여 플랫폼"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는 분명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주민자치회와 지역의회의 관계가 여전히 불명확하고, 때로는 충돌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민자치회는 단순히 여가 프로그램이나 취미활동을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다. 생활 속 문제를 주민이 직접 찾아 해결하는 ‘참여의 플랫폼’이다. 주민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마을계획을 세우며, 실질적 생활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지역의회는 주민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된 대의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관이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을 견제하는 공식적 권한을 지닌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지역의회는 그것을 ‘제도적 결정’으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이 두 축이 종종 경쟁 관계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주민자치회가 정책 제안을 하면 일부 의원은 자신의 권한이 침해된다고 느끼고, 반대로 주민자치회는 의회가 주민의 뜻을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권한의 충돌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문제다.
지방자치의 성공은 ‘참여’와 ‘제도화’가 맞물릴 때 가능하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를 통해 채택한 의제를 의회에 공식 제출하고, 의회는 이를 조례나 예산에 반영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의회가 결정한 정책을 주민자치회가 주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다시 수렴하는 정책 환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선순환이 가능할 때, 주민의 목소리는 단순한 건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 제도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충북 음성군의 사례를 보면, 주민자치회가 여전히 행정의 하부조직처럼 운영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주민참여 예산이 엉뚱한 행사나 성과 공유회로 소진되고, 자치의 본질은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변질되곤 한다. 행정의 간섭과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역량 부족 및 무관심이 맞물리면서 자치의 생명력은 약해지고 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행정의 보조 조직이 아니라, 지역의회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의회는 주민의 제안을 제도화하는 책임을, 행정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진정한 힘은 주민의 참여에서 시작되고, 그 참여가 제도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지역의원과 주민자치 위원들의 역량 강화는 지속돼야만 한다. 가슴에 꽃 달고 행사장 찾아다니며 사진 찍으며 얼굴알리기에 열중하는 하수가 되면 안된다.
주민참여와 대의민주주의는 경쟁하는 두 제도가 아니라, 지방자치라는 큰 날개의 두 축이다. 두 축이 균형 있게 맞물릴 때, 지역은 활력을 얻고 주민은 진정한 주인이 된다. 이제 지방자치의 미래는, 주민자치회와 지역의회가 서로의 힘을 보완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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